독서후기

송건호, <한국 민족주의의 탐구>, 한길사, 1979, 355쪽(2013/10/25/금)

魚山/막걸리 2013. 10. 30. 15:25

<책 소개-김상웅 에서>

송건호는 1977넌 8월, <한국민족주의의 탐구>라는 저서를 한길사에서 간행했다.
‘오늘의 사상신서(1)’의 타이틀로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에서 나는 민족주의에 대한 추상적 접근을 거듭 피하고 수난에 찬 민족의 역사적 과정을 더듬어 보면서 오늘날 우리 민족이 나갈 자세와 길이 무엇인가를 조명해 보려고 한다.”라고 책머리에서 밝혔다. 목차를 살펴보자
제1부 한국민족주의 전개와 현실에서 △ 이승만과 김구의 민족노선 △ 신간회의 민족운동 △ 개항과 민족운동의 전개 △ 민족교육이념의 사적 고찰 △ 사상사적으로 본 민족언론.
제2부 민족이념의 인간상에는 △ 윤봉길의 민족사상 △ 서재필의 자주적 근대화사상 △ 혁명아 전봉준의 삶 △ 이항로의 주체의식 △ 황현의 선비사상 △ 개화의 풍운아 김옥균.
제3부 한국정치문화의 시련은 △ 한국정치와 테러리즘 △ 여당체질론 △ 한국보수주의의 병리 △ 폭력의 병리 △ 민주사회에 있어서의 리더십
제4부 민족주체성의 모색은 △ 우리에게 미국이란 무엇인가 △ 한일관계의 전망 △ 민족자주성의 재인식 △ 신민족주의의 본질.
제5부 시대상황과 지성은 △ 전환시대의 민족지성 △ 민족문화 창조의 길 △ 민족통일을 위한 주체적 자각.
대부분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중반기까지 10여년 동안에 걸쳐 집필한 민족문제 관련 평론이다.
다만 "한국보수주의의 병리"는 4·19혁명 당시 30대 초반에 쓴 글이다.

이 책에는 몇 편의 시공을 넘어서 주목되는 논설이 실려있다.
"민주사회의 리더십"도 그 중의 하나다. 1977년에 쓴 이 글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도자란 한 시대의 산물이라고 했다. 어떤 지도자가 요구되느냐의 문제는 시대가 어떤 상황 속에 놓여 있는가를 분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에서는 지도자를 논할 때 그들의 특성을 중요시하며 혹은 결단 혹은 통찰력ㆍ책임감ㆍ조직력을 운위하는 사람도 많으나, 지도자는 그들이 가지는 퍼스낼리티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므로 보다 더 상황의 산물이다. 따라서 지도자는 그의 지도를 받는 추종자 즉 일반 대중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그 진가가 빛난다.” 


지도자는 시대의 산물이고 상황의 산물이라는 진단 아래 신생국의 바람직한 지도자에 관해 차분하게 논술한다.

신생국의 지도자들이 민족대중의 이익을 충실히 반영하기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신생국은 당초 외국의 식민지였으므로 비록 정치적 독립은 하였다 하더라도 경제적ㆍ군사적으로는 아직도 전 식민주의자들의 영향하에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외국의 영향하에 있기 쉽기 때문이다.
때로는 정치조차도 독립이란 명목뿐 외국의 영향 아래 움직이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흔히 기로에 서게 된다. 즉 참된 자주독립을 절규하는 민족대중과 이것을 은근히 꺼리고 계속 자기들의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외국 세력간에 끼이게 된다. 이때 참된 지도자라면 민중과 더불어 분연 궐기하여 외세와 맞서 싸우는 용기와 애국심을 가진다. 


송건호의 ‘민중과 더불어 외세에 맞서 싸우는’ 신생국 민주사회의 지도자론을 읽으면서, 이승만과 박정희에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중을 짓누르면서 외세에 영합하여 자신의 권력을 확대시킨 반민주적 리더십을 생각하게 된다.

송건호는 민주주의 신봉자답게 이 논설의 결론으로 민중의 힘을 강조한다. 민중과 굳게 손잡고 함께 나가는 지도자의 리더십이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된 힘이 되는 것은 민중의 힘이다. 민중과 굳게 손을 잡고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외세 앞에 국가이익을 위해서 꿋꿋이 나아가면 반드시 민중의 뜨거운 지지를 받아 놀라운 힘이 솟아날 것이다. 오랫동안 억눌리고 굴욕 속에 살아온 민중들은 외세의 압력을 받으면서도 분연히 조국의 이익을 위해 분투하는 지도자가 있다면 국민은 눈물을 머금고 그들을 지지하고 나설 것이다. 이러한 지도자가 참된 신생국의 지도자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세계에는 50개 이상의 신생국이 있다. 그리고 수많은 나라에서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미래의 밝은 희망을 가지고 조국건설을 위하여 민중과 더불어 보조를 맞추어 힘차게 일하는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다. 신생국은 이름 그대로 모든 것이 앞날에 있는 건설의 나라요 따라서 참된 지도자도 신생국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송건호가 "민주사회의 리더십"과 한 묶음으로 쓴 글이 "신생국과 근대화"다.
신생국가의 리더십을 논하면서 민중과 함께하는, 그리고 민족주체적 지도자론을 제시하고 신생국 근대화론과 연결한다. 박정희의 ‘조국근대화’가 장기집권의 캐치프레이즈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송건호의 근대화론이 궁금하다.

근대화운동을 전개하는 데는 먼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근대화라는 개념이 본래 역사의식에서 싹트는 것인 만큼 역사관의 확립 없이는 근대화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기가 어렵다. 근대화개념에는 두 가지의 전제가 따른다. 하나는 역사에 대해서 인간의 주체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도 고대는 물론 중세에 이르기까지 사람은 자기의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라든지 진리에 의해 역사가 움직이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생활에서나 사회생활에서나 자기의 생활을 의식적으로 생산할 수 있고 창조할 수 있고 자유스런 주체적 존재라는 데 있다.

인간의 활동이 주체적이며 창조적이라는 의식은 인류생활에 비로소 역사의식을 싹트게 했다.그러므로 역사는 인간의 창조적 소산이며 역사적 과정을 인간발전 과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근대화운동을 전개하려거든 먼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라는 주장이다.
박정희의 조국근대화나 이명박의 4대강사업을 중심으로 벌이고 있는 토건정책은 한마디로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지 못한, 따라서 자격이 없는 지도자들의 여물지 못한 정책임을 알게 된다. 송건호는 역사의 진보를 믿는다. 다음은 그의 진보관이다.

인류사가 진보적인 한 과정이라는 의식이 우리 한국사람의 전통적인 역사관념에는 볼 수 없었다. 진보라는 개념은 많은 사학자들이 지적하듯 서양에서도 고대나 중세가 아니고 근대에 와서 처음으로 형성된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이 형성되고 그것이 세계적으로 통용케 되었다는 것은 실로 오늘이 세계사적 의미에서 근대화로 향하는 시대라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아시아의 한 사회로서 한국에는 이제껏 역사에 진보라는, 바꾸어 말해서 근대화라는 관념이 싹트지 못했다. 아시아사회를 여러 학자들이 ‘정체사회’라고 말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한국사회는 자고로 역사존중의 전통정신이 강하다. 역사는 이 사회에선 일찍부터 존중되었다. 역사의 편수는 대부분 정부사업으로 취급되었다. 개인이나 사회나 국가가 모두 역사 속에서 행동의 이상형을 찾는 때문이다, 역사편수의 주체가 국가였다는 것도 정치의 전형이나 준칙이 역사적 사업 속에 있다고 생각된 때문이다. 즉 행동의 준칙이 역사상의 구체적 전형 속에 있으며 이상에 의해 구상된 일반법칙에 있다고 보지 않은 것이다. 

==============

내가 책 맨 뒤에 적어 놓은 것을 보니 내가 이책을 85년 2월 15일에 구매를 했다.

4판 발행이 79년도이니까 내가 구입한 때에 이미 6년이 흐른 뒤에 산 것 같다.

그런데 거의 30여년이 흐른 뒤에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본가에 가서 이것저것을 보다가 이런 류의 책을 발견했다.

그래서 집으로 가지고 와서 읽기 시작했다.

저번에 읽은 <소유냐 삶이냐>도 이런 사정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한자와 한글이 혼용이 보편적이었는가 보다.

지금은 아주 경원시 당할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