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야스외 외 엮음/오상현 역, <지의 기법>, 경당, 1996, 361쪽(2013/8/29/목)
<고바야시 야스오>
1950년 도쿄 출생.
도쿄대 교양학부 교양학과 프랑스분과를 졸업하고, 파리제10대학교에서 텍스트기호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도쿄대학교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이다. 전공 분야는 표상문화론, 현대철학, 프랑스현대문학이다.
<책 소개>
동경대학 知시리즈 1.
일본 지성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동경대 각 분야의 교수들이 집필한 책으로 현실에 필요한 각 분야의 지식을 현대적 문제와
접목해 창조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에 응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추상적인 지식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정리하기 위한 기법과 테크닉을 소개하고 지식의 표현기술로 문제 설정 방법, 인식방법,
논문작성법, 발표법 등을 습득하도록 해준다.
학생과 교수가 수평적 위치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엮어졌다.
<독서카페에서>
요즘 학계에 떠도는 진부한 얘기가 하나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그것이다. 언제부턴가 인문학은 학계에서조차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대학에서는 이른바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을 지원하는 학생마저 줄어들어 머지않아 폐과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들린다.
대학 공간마저 이럴진대 일반 사람들의 책읽기가 주식이나 어학으로 달려가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이같은 현상은 비록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공통으로 앓고 있는 몸살이다.
요즘 출판가의 기획 패턴이 리더(reader) 중심에서 유저(user) 중심으로 바뀌면서 인문학의 천덕꾸러기 신세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당신' 꼴이다.
인문학 위기를 극복하는 길
하지만 인문으로부터 점점 달아나기만 하는 사람들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건가. 아니다.
어떻게든 단 한 사람이든 붙잡아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박노해 말을 잠깐 빌리면 사람만이 희망이니까.
어쨌든 위기 의식이 심화되면 될수록 반동적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듯 뜻 있는 사람들의 줄기찬 '인문학 살리기' 외침이 힘이 실릴 날은 언제일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난해한 글쓰기와 어려움만이 능사가 아니라 쉽고 재미있게 읽히게 하는 것이 우선 요구된다.
유식하게 말하면 '대중적 접근' 또는 '대중과의 적극적 만남'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런 점에서 일본 동경대학의 '지(知) 시리즈'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서출판 경당에서 전4권으로 번역 출간된 이 시리즈 - 「지의 기법」 「지의 논리」 「지의 윤리」 「지의 현장」 -는 동경대학
교양학부 인문계열 1학년 신입생들의 필수과목인 '기초연습의 부교재'로 출간됐음에도 일반인들의 대단한 호응을 얻어 100만 부나 팔려나가는 이변을 연출해 화제가 됐던 장본이다.
이 책을 기획 출간했던 동경대학 출판회의 말마따나 "한 권의 대학 부교재로 구상된 책이 대학의 벽을 넘어 사회 속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바로 여기서 나는 앞서 길게 주접을 떨었던 '인문학 위기 운운'의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을 위한 부교재가 일반인들에게 교양서로 둔갑할 수 있다는 이 마력, 얼마나 멋진가.
그렇다. 이 기사의 본론을 비껴가는 얘기는 '인문학의 위기는 사회와의 끈임없는 소통에서 찾아야 한다'는 시건방을 떨며 본론으로 들어가련다.
100만부 팔린 대학 부교재
이 책은 지(知)를 인식하는 새로운 기법을 제시한다. '기법'부터 '논리' '윤리' '현장' 등 4권으로 구성돼 있지만 각각의 책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이면서도 지를 바라보는 기존의 인식 틀을 깨는 것에 초점을 맞춘 사상은 일관되게 관통한다.
구성은 인문사회과학에서 자연과학, 문화예술에 이르는 분야를 망라하며 전공교수가 강의 노트 식으로 문제제기를 한다.
그러면 각 권으로 들어가 짤막하게 기행해 보자.
「지의 기법」은 독선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지식에 상호 연관성을 부여한다.
지식은 남과 만나는 과정을 통해 내가 믿고 있는 진리 말고도 또 다른 진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집필자 중 한 사람이 아프리카의 가난한 한 시골에서 몇 달동안 생활했던 경험이 이 사실을 보다 명확하게 깨닫게 한다.
그 교수는 그 마을의 지도를 만들지만 그 마을 사람들은 지도를 볼 줄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으레 그들이 지도를 볼 줄 안다고 짐작했던 자신의 앎이 잘못됐고, 또 그게 꼭 지도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결국 그는 그들이 생활하는데 지도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얻는데,
이는 세계를 인식하는 새로운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의 논리」는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어떠한 논리가 발명되었고, 어떻게 운용되었으며, 그것이 지금의 학문적 상황에서 어떤
문제 구조를 제기하고 있는지를 지적한다.
구체적으로 인식론, 현상학, 구조주의, 카오스 이론 등 20세기 들어 인류가 이룩한 지적인 업적 전밤을 20여명의 전공학자가
전공분야별로 자세하게 썼다.
가령 조셉 콘드라의 소설 암흑의 핵심에서 오리엔탈리즘이란 서양이 역사를 통해 특히 18세기말 이후 동양을 투영해 온 공동
환상적 동양관을 밝히는데, 이런 식이다.
"모든 민족은 자기의 세계를 중심에 두고 주변에 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주변적 세계를 타자로
구축하고, 그 타자와 대립하는 존재로서 긍정적인 자기 상을 만들어간다. 서구가 계몽주의적 이데올로기의 영향 하에서
아프리카를 자신들의 빛과 대조적으로 어둠으로 규정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글을 쓴 교수는 서구 중심의 오리엔탈리즘을 분석하면서 동시에 타인을 보는 시각이 잘못될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지의 윤리」는 앞에 설명한 두 책의 밑바닥에 있는 지의 윤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전면에 내세워 그것을 대학이라는 한정된
인식의 세계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시도한다.
즉 지의 습득 단계를 넘어서서 그 습득한 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문제를 다룬다.
그곳에 윤리라는 대전제가 끼어들어야 할 당위성을 설명한다.
예로 몇 해 전에 세계보건기구에서 핵병기 사용이 국제법상의 의무 위반인지에 대해 일본 정부에 자문을 구했을 때 일본이 긍정도 부정도 아닌 어설픈 진술을 보낸 것은 일본이 윤리적인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못한 행위라고 지적하는 식으로.
대학이여 사회화 하라
「지의 현장」은 사회의 커다란 변화 속에서 대학의 지가 어떠한 방향으로 스스로의 인식과 행위를 문제삼아 갈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대학은 격동하는 사회의 거친 물결로부터 일정하게 떨어져 있지만 그 사회의 변화를 지의 입장에서 받아들여야 진정한 열린 교육이 됨을 주장한다.
어쨌든 이 책의 기획의도는 대학의 제도와 함께 변해야 할 대학생의 지적 수준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일반인의 호응을 얻어낸 것은 "그 책이 사회화 되어 있다"점이다.
'사회화'란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대학 바깥에도 쓰임새가 있다는 뜻이리라.
그런 점에서 알기 어렵다고만 느껴지는 대학 정보가 알기 쉽게 읽힌다는 사실의 발견이었던 것이다.
비록 일본의 얘기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거니와 대학과 사회는 담장 높이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산책하기 위해 운동하기 위해 무시로 드나들 수 있을 때 비로소 사회와 더불어 있는 것이고,
학문 역시 물리적 공간의 개방만큼이나 열린 마음으로 사회에 다가갈 때 지적 탐구는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사회를 위한
발전적 에네르기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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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교 교양학부 인문계열 학생들이 배워야 할 책이다. 벌써 한 20여년 전에
우선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현실을 생각해 본자.
거창하게 우리나라까지가 아니라 바로 작은 아들을 생각해 본다.
예과의 2년여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를...
물론 인문계열이 아니기에 차이가 있긴 있지만
그 황금같은 시기를 그냥 보내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잔소리를 하지만..
부모가 기대한 것의 10%도 못하고 있으니
거꾸로 지금의 대학생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나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
공부를 제대로 했는가?
선생과 학생 그리고 학교의 3위일체가 교육을 담당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한다면
난 지금 아쉬움을 많이 가지고 있다.
공부는 알아서 하다보면 시간이 걸리기에 가이드를 잘 해주는 선생이 필요한데....
작은 애를 볼 때에는 학교의 커리쿨럼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불어 외부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데도 불구하고 선배들은 과거 환경하에서의 행동을 요구하고...
상명하복이 절대적이고...
동안 고생했으니 쉬어야지 하는게 그만의 생각이고...
내 스스로도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기억하고 싶은 귀절>
- 학문은 궁극적으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이므로, 그 주체는 결코 대상에서 독립적으로 초월한 보편적인 주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p22)
- 의사가 "설명과 동의(Informed Consent)"를 게을리하면 의료사고의 재판에서 패소한다는 법적인 근거가 있다.
-미국 환자의 권리장전-
또, 담당의사가 수술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은 의사의 직무유기다-동경 지방병원 판결(p23)
- 공정성에 바탕을 둔 창조성이 아마 대학이라는 곳에서 배워야 할 문과계통 기법의 궁극적인 목적일지도 모릅니다(p29)
-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보는 것이 올바른 독서법이라고 생각합니다(p48)
- 20세기 지의 최대 변혁은 사물을 "실체"가 아니라 "관계"로서 인식하고자 하는 것입니다(p139)
-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를 두고 중요한 포인트를 반복하면 듣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