뮈리엘 바르베리 저/김관오 역, <고슴도치의 우아함>, 아르테, 2007, 480쪽(2013/8/26/월)
<책 소개>
파리의 중심 지역이자 부자 구(區)의 하나인 6구와 7구는 예로부터 귀족들의 저택과 살롱이 모여 있던 상류층 지역인 생 제르망 데 프레가 있는 곳으로, 사르트르와 보브와르가 즐겨 다녔다는 카페 되마고와 르 플로르, 또한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인 생 제르망 데 프레 성당 등 현대와 고전이 공존하는 부자 동네이자 멋진 동네이다.
그곳을 관통하는 총 2.25킬로미터에 달하는 기다란 일방통행로의 이름은 그르넬가로, 그 도로의 입구격인 7번지에는 27년째 수위 아줌마로 일하는 르네 미셸의 직장이자 집이 있는 7층짜리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이 고급 아파트는 3층과 4층을 제외하고는 한 세대가 한 층을 통째로 사용하는 부유층 아파트로, 한 집의 넓이는 약 400평방미터, 말하자면 바다처럼 광활한 집에서 사는 상류층 거주자들의 고급 주택이다.
입주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가히 프랑스 정계ㆍ경제계ㆍ문화계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라고 부를 만하다. 2층에는 프랑스 최고 권력기관인 국사원 최고급 관료인 행정법원 판사 드브로이 씨네, 3층에는 사업가인 뫼리스 씨네와 로젠 씨네, 4층에는 외교관인 생니스 씨네와 변호사인 바드아즈 씨네, 5층에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 비평가인 아르텡스 씨네, 6층에는 사회당 국회의원인 조스 씨네, 7층에는 무기상 팔리에르 씨네가 산다.
반면, 이 부자 아파트를 관리하고 청소하는 가난한 수위 아줌마인 르네는 15년 전 남편과 사별한 쉰네 살의 과부로, 자식도 없이 홀로 고양이(레옹)를 키우며 지낸다.
“내 이름은 르네. 나는 쉰네 살이고 27년째 그르넬가 7번지 고급 아파트의 수위로 일하고 있다. 나는 과부고 못생겼고 오동통하고 나쁜 냄새를 피우는 게 고작인 게으른 수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나는 책과 영화, 음악, 그림, 만화를 좋아하고 즐긴다. 하지만 사람들이 믿는 수위의 모습을 하려면 내가 탐닉하는 것들을 철저히 숨겨야 한다. 그런데 큰일이다! 열두 살짜리 꼬마가 내 진짜 모습을 눈치 챈 것 같다!”
그녀의 일상은 출입자 감시하기, 우편물 전달하기, 마포로 현관 닦기, 길거리에 쓰레기통 내다놓기, 전단지 주워 모으기, 꽃에 물주기,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고양이 먹이 준비하기, 식사 준비, 신문 읽기, 음악 감상, 멋진 소설 읽기…… 그리고 포르투갈 출신 파출부인 마누엘라와 티타임 갖기(화 ? 목요일) 등이다. 사회적인 위계질서로 본다면 그녀는 부자들 틈바구니에서 빈자로 기생하는 삶이나 다름 없지만, 그런 사회적인 통념과 달리, 그녀 내면의 삶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풍요롭고, 문학과 예술, 학문과 독서에 대한 애정은 물론, 뛰어난 지능과 삶에 대한 범상치 않은 식견마저 갖추고 있다.
틀에 박힌 저열한 그녀의 일상은 그녀 내면의 풍요로운 삶과 조화하고, 결합하고, 충돌하고, 아울러 작용과 반작용을 일으키면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의미와 결과를 산출해내며, 그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빚어지는 만남과 에피소드, 드라마와 희비극, 심지어 진흙에서 개화하는 연꽃처럼, 그녀가 사랑하는 동백꽃으로 피어나는 사유의 즐거움마저 있다. 이 소설의 장점이자 흥미는 바로 이러한 일상의 심연 속에서 진주를 길어내는 작가의 역량에 기인한다.
그녀는 이곳에서 누구를 만나고, 누구와 사랑하고, 누구와 가슴 깊은 이야기를 나눌까?
팔로마, 자살을 결심한 열두 살의 이 천재소녀는 이 아파트의 6층에 사는, 부유한 국회의원의 막내딸이다. 머리가 너무 뛰어나 아둔한 척하지만 학교에선 번번이 일등이다. 부모들과 세상 사람들, 특히 부모와 언니의 세계에 대한 무관심, 아름다움에 대한 무관심, 타인에 대한 무관심,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무관심 등등에 질려, 6개월 뒤인 열세 살이 되는 날, 아무도 없는 집에 불을 지르고, 엄마 서랍에서 훔친 수면제를 먹고 할머니 집에서 죽을 결심을 한 독특한 소녀다.
“내 이름은 팔로마. 그르넬가 7번지 부자들이 사는 고급 아파트에 산다. 나는 아주 영리하고 유별나게 똑똑하고 항상 일등만 한다. 어른들과 비교해 교활하기까지 하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 세상을 기를 쓰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결심했다. 열세 살이 되는 날, 나는 자살할 것이다!”
소설은 같은 공간에 사는 이 두 명의 독특한 존재들이 만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 둘 각자가 써내려간 일상의 성찰(세계, 존재의 의미, 아름다움, 사랑, 분노 등등)이 서로 교차하면서 처음에는 잔잔하게, 중간에서는 울고 웃게, 마지막 장에서 이 둘의 극적인 상봉으로, 뜨거운 애정과 관심이 감동 깊게 그려지는 거대한 공감의 스펙트럼을 펼친다.
그때까지 이들은 만난 적은 없지만 같은 뿌리, 같은 심연을 가진 동포처럼 공감하고, 공명하고, 같이 울고, 같이 분노하고, 같이 웃는다. 르네는 일상의 잡다한 잡무(우편물 정리, 공동구역 청소, 쓰레기통 정리, 민원 등등)를 특유의 박식과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서술과 유머러스한 꼬집기로, 팔로마는 특유의 예리함, 연역과 귀납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그러나 결코 세상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는 깍쟁이 같으면서도 다 큰 어른처럼…….
그러다가 요리사 피에르 아르텡스가 죽고, 그 집에 카쿠로 오주라는 일본인이 입주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이 부분은 저자의 일본 문화에 대한 조예와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곳으로, 오주는 교양 있고 박식하고, 더욱이 이 아파트에선 르네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첫 입주 때부터 르네의 비범한 지적 능력을 간파, 그녀를 소스라치게 한다. 르네는 그녀의 삶에서 예상 밖의 계기를 맞이하고, 오주의 애정 공세가 펼쳐지지만 그녀는 단호하게 이를 거절한다. 그리고 드디어 팔로마와의 만남! 이제 이야기는 두 사람에서 세 사람으로 급진전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슴 저미는 반전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 출판계 10년 만의 이변
특이한 제목과 구성, 90개에 이르는 긴 목차,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고, 해학적이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 철학, 문학, 회화, 영화, 만화를 아우르는 한 편의 문화 산책이자 사회적 차별을 고발하는 비판적인 내용의 공존, 아무도 모르는 수위 아줌마의 특출한 교양과 영민한 천재소녀의 예리함이 하나의 뿌리를 가진 영혼의 자매처럼 메아리치다가 예상 밖의 만남을 통해 각자의 뼈저린 고독을 서로 이해하고 보듬는다. 여기에 일본인 입주자가 새롭게 출현하면서 그를 매개로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갈등을 해소하고 승화시킨다. 이 점은 동서양의 문화적 편차와 서구인의 자기반성을 엿볼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작품의 시작은 파리 7구의 부자 동네, 그르넬가 7번지의 고급 아파트라는 동일한 공간을 배경으로 엄청난 사회적 격차를 지닌 이들이 각자의 일상에서 겪은 소소한 일상을 그들 특유의 관점에서 적은 각자의 기록으로 시작된다.
르네는 일상의 잡무를 대화체로 기록하고, 팔로마는 자신의 유서에 해당하는 ‘깊은 사색’을 작성하기 시작하다가, 이후 정신의 ‘사색’을 보완하기 위해 세상의 질료를 기록할 목적으로 또 하나의 일기인 ‘세상의 움직임에 대한 일기’를 작성한다. 평범한 일상을 분석하고 전망하고 종합하는 이들의 예리한 눈은 풍자와 비판, 진지함과 해학 속에서 왠지 모를 공감의 메아리를 울린다. 작품은 이들 모두의 일상, 현실의 질곡, 세상의 무심함 속에서 생의 큰 의미를 찾기 위한 독특한 접근을 보여준다.
과연 지능은 세상의 무엇을 위해 의미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과 함께.
마르크스와 포이어바하를 읽고, <베니스에서의 죽음>과 오주 야스지로를 보고, 14세기 철학자 윌리엄 어브 오캄을 이해하는 박학한 수위 아줌마. 그리고 일본어로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를 읽고자 하고, 바둑의 의미를 성찰하고, 정신분석학의 폐해를 비판하는 예리한 지능의 소녀 팔로마.
이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깊은 지성과 예리한 지능이 자신만의 이기적인 쓰임에 있지 않다는 데 있다.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는 그들의 시선은 웅숭깊고 따뜻하다. 아름다움과 순수에 대한 이들의 추구는 힘든 일상 속에서의 추구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피상적인 지적 과시와 우월감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과연 이들의 지능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펼쳐질 것인가? 라는 질문과 함께.
파리의 지가를 올린 이 책은 인쇄, 판매, 독자들의 반응 등 모든 출판 기록을 경신하며 ‘프랑스 출판계 10년 만의 이변’이라는 현상을 낳았으며, 그 현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 책은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처럼 읽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영화 <아멜리에>의 소설 버전으로 읽는 독자들도 있다. 어떻게 읽든 독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좋았다.
<저자 소개>
소설가이자 고등학교 철학 선생으로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출생, 현재 노르망디 칼바도스의 오마하 비치에 살고 있다.
일본광이자 만화광이며, 최근 이 작품의 놀라운 성공 덕에 교직을 그만두고 심리학자인 남편과 함께 장기 아시아 여행을 계획 중이다. 2008년에는 이 작품을 영화화한 모나 아샤슈티레 감독의 <고슴도치의 우아함>이 상영될 예정이다. 스탕달
톨스토이, 프루스트에서 에미넴까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블레이드 러너>까지, 라파엘과 베르메르에서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 감독 오주 야스지로는 물론 다도, 바둑 등 아시아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까지, 작가의 열정과 관심이 고스란히 배어난 이 작품에서 뮈리엘 바르베리는 인간 모두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긍정과 배려의 미덕을 특유의 재치와 입담으로 추구하는 놀라운 작가이다. 국내에는 소설《맛》이 2003년도에 소개되었다. 아울러 전 세계에서 번역본을 가장 먼저 출간하는 한국을 9월 30일부터 일주일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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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관심사는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의 교류"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세 번째 신작의 영감을 얻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저는 국경을 넘어선 인간의 교류에 관심이 많답니다.
아시아 문화는 아주 조그만 것에서 시작해 인간의 심오함을 다루는 것으로 와 닿네요."
올해 8월 국내 번역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아르테 펴냄)의 저자 뮈리엘 바르베리가 2일 낮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작가의 두 번째 소설인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쉰네 살의 수위 아줌마 '르네'와 열두 살 소녀 '팔로마'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사회적으로 또는 어떤 측면에서는 스스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내면을 경쾌하면서도 지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바르베리는 먼저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다"며 "바둑 1위 국가인 한국에서 어떻게 뛰어난 바둑 기사들이 배출됐는지도 궁금하다"고 입을 열었다.
6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면서 남편과 함께 방문할 곳도 문화에 대한 작가의 깊은 관심을 보여준다.
만화가 김동화씨의 아틀리에, 강화도 전등사, 경기도의 한 바둑 장인의 작업실 등을 돌아본다.
자신도 바둑을 둔다는 바르베리는 "한국 바둑계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본격적인 작품 이야기에 들어가자 바르베리는 '고슴도치의 우아함' 집필을 끝낸뒤 자신도 이전에 문화는 특정인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지만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독학자'도 유식하고 똑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이제 자신은 "사회적으로 낮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문화를 접할 수 없다는 생각은 어리석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강조한다.
'고슴도치의 우아함'에는 등장인물의 취향을 설명하면서 일본 만화, 일본 영화감독 등 일본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작가가 내년 세 번째 신작을 집필할 곳도 일본 교토로 정해졌다.
작가는 "프랑스에서 일본 문화는 잘 알려져있지만 한국 문화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현상학을 비롯한 철학 개념이 나오는 등 '지적 허영'이 작품에 들어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일부 동감의 뜻을 표명하면서 "복잡하고 어려운 책이지만 사람들이 문화에 대한 갈망을 갖고있어 독자가 많아진 것 같다"고 답했다.
또 '고슴도치의 우아함'이 "누구나 살면서 자신을 완전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가면을 쓰고 행동해야 하는 측면"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이 프랑스에서 출간된지 1년이 지났는데도 50주 이상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내놓았다.
"프랑스에서는 문화적 엘리트주의가 퍼져 있어요.
그러나 한편에서는 문화를 다른 사람들과 향유해야 한다는 지성인도 많답니다. 이런 다양한 문화가 제 소설의 성공 요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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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든지 서너달이 되도록 읽히지가 않았다.
어렵다 또는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서평등을 읽어보니 이해가 될 듯하다가 또 그냥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에는 다음에 다시한 번 읽기로 하고 나머지 50여 쪽을 넘겼다.
하여튼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고도 넘겼던 부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손에 잡자마자 그냥 쭉 읽어야 이야기가 연결되면서 흥미도 느끼는데...
너무 오랜기간동안 단속적으로 읽다보니
책을 펼필 때마다 새로워서...
다음 기회에 이해의 폭을 넓히기로 하고...